물론 초이노믹스의 성과도 있다. 빈사상태였던 부동산시장과 증권시장을 살렸다. 이는 자산시장을 활성화하여 내수를 회복시키고 내수를 회복시켜 경제를 살리는 선순환의 동력을 회복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 자산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최경환 경제팀은 부동산 규제의 최후보루라고 하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하고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1.5%까지 내렸다. 이에 따라 주택거래건수가 월 7만 건에서 11만 건으로 늘었다. 1900선에서 허덕이던 주가지수가 2100선에 육박한다. 그러나 자산시장의 회복을 내수활성화로 연결하지 못했다. 거꾸로 가계부채를 1100조 원 이상으로 늘리고 부동자금을 800조 원 규모로 쌓아 자산시장에 거품을 불어 넣었다. 향후 부동산시장이 다시 침체하거나 시장금리가 오르면 가계와 기업들의 연쇄부도 가능성이 높다.
우리 경제는 돈을 풀면 투자나 소비로 흐르는 구조가 아니다. 우선 가계부문에서 부실이 심하다. 가구당 평균 부채가 6000만 원이 넘는다. 여기에 고용이 불안하여 빚 돌려 막기, 전월세 자금, 교육비, 생활비 등을 위한 생계형 대출이 늘고 있다. 기업부분도 부실이 심하기는 마찬가지다. 전체기업 중에서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고 빚으로 연명하는 기업이 30% 이상이다. 이런 상태에서 초이노믹스의 무모한 팽창정책은 부채를 늘려 경제의 부실위험을 확대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메르스 사태가 덮쳐 그나마 살아난 투자와 소비심리도 다시 곤두박질을 했다. 일본의 아베노믹스와 우리나라의 초이노믹스는 상반된 결과를 낳고 있다. 아베노믹스는 엔화를 풀어 일본의 수출기업을 살리는 데 주력했다. 반면 초이노믹스는 원화를 풀어 부동산 시장을 살리는 데 치중했다. 지난해 2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0.5%이고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1.8%였다. 그러나 올해 2분기 우리나라는 +0.8%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일본은 +1.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여기에 우리나라 기업들은 엔저의 공습으로 해외 수출시장을 일본기업들에게 내주고 있다.
우리 경제가 살아나려면 구조개혁과 체질강화가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 풀기 정책부터 내놓은 것은 단기간에 실적을 올리려는 정치논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현재 우리 경제는 회생과 추락의 기로에 서있다. 최경환 부총리는 초이노믹스의 오류를 솔직히 인정하고 경제를 근본적으로 살리는 청사진을 다시 그려야 한다. 더욱이 경제정책의 총책임자로 부임한 이상 경제가 살아나기까지 여의도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배수진을 쳐야 한다. 그리고 관련부처를 총괄하고 경제정책을 일사불란하게 추진하는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필상 서울대 겸임교수, 전 고려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