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행사에 참석한 이영애. 연합뉴스
# 엄앵란-신성일 부부
국내에서 ‘세기의 결혼식’을 꼽으라면 가장 먼저 기억해낼 만한 결혼식이다. 1964년 11월 14일 ‘톱스타 결혼식의 메카’로 불리던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웨딩마치를 올렸던 엄앵란-신성일부부는 영화 <맨발의 청춘> <동백아가씨> 등에 함께 출연하면서 쌓은 인연이 부부의 연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들 부부의 결혼식에는 오재경 공무부(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주례를 맡았고, 당대 유명 연예인과 취재진은 물론 일반 시민 구경꾼까지 수천 명이 몰리면서 경찰 집계 총 4000여 명의 하객들이 참석했다. 특히 구경꾼들이 대거로 몰리면서 식장 앞이 난장판을 이뤘고 하객들을 태운 1200여 대의 차량 때문에 워커힐 주변 도로가 마비가 됐었다는 이야기도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다. 결혼식에서 입은 엄앵란의 드레스는 디자이너 고 앙드레 김의 작품으로, 당시에는 아직 생소했던 순백의 서양식 웨딩드레스를 국내에 널리 알린 계기가 되기도 했다.
# 故최진실-故조성민 부부
비극적으로 끝난 결혼이었지만 당대 최고의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의 결합은 많은 이들의 축복을 받아 성대하게 이뤄졌다. 2000년 12월 5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최진실 부부의 결혼식에는 엄정화, 김희선, 이승연 등 일명 ‘최진실 사단’으로 불렸던 연예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여기에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선수로 활약했던 조성민의 친분으로 박찬호, 임선동 등 국내 야구선수는 물론, 일본 오카지마 히데키, 구와타 마쓰미 등 스타급 선수들이 하객으로 참석했다. 이날 결혼식에는 총 1300여 명 이상의 인파가 몰리면서 하얏트호텔의 그랜드 볼룸과 리젠시 볼룸을 모두 사용하고도 모자라 결국 호텔 로비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 결혼식을 생중계해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당시 최진실이 소속됐던 매니지먼트사 ‘스타즈’의 인터넷 홈페이지와 imbc 등을 통해 결혼식 전 과정을 인터넷으로 중계해 일반인들도 스타들의 결혼식을 생생하게 맛볼 수 있었다.
# 신은경-김정수 부부
1990년 초부터 2000년 초까지 약 10년간은 호화 결혼식의 전성기였다. 그 전성기에 한몫한 것이 신은경과 김정수 플레이어엔터테인먼트 대표 부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3년 9월 2일 이들 부부가 화촉을 밝힌 곳은 역시 서울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호텔. 야외행사장인 제이드가든에서 열린 이들 결혼식은 준비기간만 100여 일이 걸렸으며 결혼식 당일 투입된 스태프는 500여 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혼비용에 수억 원이 들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될 정도로 화려했던 이들의 결혼식의 사회는 영화배우 이병헌이 맡았으며 안성기, 박중훈, 이정재, 송혜교, 김정은 등 동료 연예인 등 700여 명의 하객이 참석했다. 결혼식이 끝난 뒤에는 워커힐호텔 내 VIP 맨션에서 1일 숙박료만 1500만 원에 달하는 애쉬톤 하우스에서 첫날밤을 보내 가히 초호화 결혼식의 볼륨을 실감하게 했다. 그렇지만 이들은 결국 이혼해 주위를 안타깝게 만들었다.
연정훈-한가인 부부 결혼식에는 하객 1000여 명과 취재진 200여 명이 참석했다. 임준선 기자
# 연정훈-한가인 부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한가인의 마음을 뺏었다는 이유만으로 ‘국민 나쁜 놈’ 소리를 들었던 연정훈과 한가인 부부. 2005년 4월 26일 결혼한 이들 부부 역시 서울 쉐라톤 그랜드워커힐 호텔의 야외 행사장인 제이드가든에서 결혼식을 진행했다. 연예인들을 포함해 하객 1000여 명과 취재진 200여 명, 도합 1200여 명 상당의 거대 인원이 한 자리에 모여 톱스타 부부의 새 출발을 축복했다. 스타의 결혼식을 위해 석 달 동안이나 준비했다던 호텔 측 역시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호텔의 과한 홍보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부족한 준비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결혼 장소인 제이드가든을 홍보하기 위해 연정훈-한가인 커플을 야외 행사장으로 불러내놓고 취재진들의 포토라인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해 삽시간에 1000여 명의 사람들이 몰려드는 아수라장을 만들어낸 것. 취재진들 사이에서 부상자가 나올 정도였지만 호텔 측은 해결에 앞서 결혼식장 광고 안내서를 배포하는 등 홍보에 열을 내는 모습을 보여 “기자들이 호텔 홍보해주려고 온 건 줄 아느냐”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심은하-지상욱 부부 결혼식은 연예인 비공개 결혼식의 시초가 됐다. 사진제공=아트청
# 심은하-지상욱 부부
2005년 10월 18일 열린 90년대 최고의 여배우였던 심은하의 결혼식은 비공개로 이뤄져 더욱 눈길을 끌었다. 1990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연예인들이 결혼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거나 결혼식장에서도 기자들을 모아놓고 결혼에 대한 소회를 밝히는 것이 관례처럼 여겨져 왔다. 그런 관례를 무너뜨리고 비공개로 진행한 심은하의 결혼식은 이후 연예인들의 ‘비공개 결혼식’의 시초가 됐다. 아예 결혼식이 열린 워커힐호텔이 심은하 측을 대신해 각 언론사에 결혼식 안내 보도자료를 보냈다. 결혼식은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니 행사 당일 마련된 프레스룸을 통해 일정을 파악하라는 것이 그 내용. 여기에 행사 사진과 동영상을 웹하드에 올려 취재진들이 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결혼식에서 심은하는 해외 연예인들이 사랑하는 웨딩드레스 브랜드인 ‘베라왕’의 드레스를 입어 화제가 됐는데, 심은하의 드레스 초이스 이후 미국산 수입 웨딩드레스가 국내 웨딩업계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 유재석-나경은 부부
동료 연예인들의 결혼식 사회 전문 담당으로 “도대체 너는 언제 결혼할 거냐”는 애정 섞인 핀잔을 들었던 국민 MC유재석. 2008년 7월 6일 열린 그의 결혼식은 비공개로 조촐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말과는 다르게 수많은 동료 연예인들이 자리해 ‘연예계 마당발’이라는 그의 소문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서울 신라호텔에서 진행된 유재석-나경은 부부의 결혼식은 식 직전에 공식 기자회견을 개최돼 유재석으로부터 나경은과의 연애담 풀스토리를 들을 수 있었다. <무한도전>의 인기에 힘입어 국민들의 대대적인 관심을 가졌던 결혼식인 만큼 쌓였던 궁금증을 한 자리에서 풀겠다는 유재석의 배려이기도 했다. 본식은 예정대로 비공개로 치러지긴 했지만 기자회견부터 신랑신부 입장 포토타임까지 전부 공개됐기 때문에 국민들의 관심과 사랑에는 어느 정도 보답했다는 후문이다. 더욱이 국민 MC라는 브랜드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웨딩업체들의 협찬 문의가 물밀듯 들어왔지만 단칼에 거절한 사실도 알려져 ‘역시 유재석’이라는 찬사를 받았다고.
# 이영애-정호영 부부
청첩장이 아니라 사후 통보였다. 법무법인 동인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각 언론사에 “우리 결혼했습니다”라고 통보한 전무후무한 사건이다. 2009년 8월 24일 미국에서 결혼식을 올린 이영애-정호영 부부에 대한 소식은 법무법인의 보도자료를 통해 받아볼 수 있었다. 당시 보도자료에는 신랑에 대한 짤막한 소개만 있을 뿐 얼굴이나 이름 등은 ‘사생활 침해’를 우려해 밝히지 않았다. 기존 연예인들의 비공개 결혼식이 본식만 공개하지 않을 뿐 사진과 영상을 취재진들에게 제공하거나 기자회견 등을 통해 결혼 예정 사실을 알려왔던 것과는 달리 사후 통보식의 결혼식에는 기자들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식장은 물론 하객까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지만 하루 늦은 결혼식 보도 이후 “하와이 카할라 호텔에서 이영애 결혼식을 목격했다”는 목격담이 퍼지면서 ‘이영애 하와이 결혼설’은 정설이 됐다. 이영애를 이어 이진, 김윤진 등이 하와이에서 비밀 결혼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 원빈-이나영 부부
해외에서 진행하는 비공개 결혼식이라면 ‘갈 수 없었다’는 변명을 수십 가지라도 댈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국내에서 하는 결혼식이 철저한 비공개에 붙여져 수많은 연예기자들을 허탈하게 했다. 그것도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됐던 톱스타의 결혼식이었다. 열애설만으로 나라를 들었다 놨다 했던 원빈-이나영 커플이 2015년 5월 30일 강원도 정선의 한 민박에서 조촐한 결혼식을 올렸다. 버진로드 대신 밀밭 오솔길을, 뷔페나 코스 요리 대신에 가마솥에서 끓인 국수를 먹었다. 비공개로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유명 호텔이나 해외에서 인원만 적을 뿐 거액의 비용으로 진행됐던 기존의 스타 웨딩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 더욱 눈길을 끌었다. 이들의 결혼 소식은 소속사의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130만 원으로 결혼식을 치른 비-김태희 부부. 사진제공=레인컴퍼니
# 비-김태희 부부
대한민국 대표 미녀로 꼽히던 김태희와 만능 엔터테이너 비의 결혼식은 서울 가회동 성당에서 진행됐다. “이들의 결혼식은 중소기업 두 곳의 합병만큼의 경제적 가치가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많은 관심이 집중됐던 결혼식이다. 그러나 호화 결혼식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연예인이 하는 만큼의 이벤트일 것이라는 예상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독실한 천주교신자인 김태희와 그를 따라 세례까지 받은 비의 신앙심에 비춰 성당 결혼식까지는 예상됐지만, 명품 브랜드 웨딩드레스도 입지 않은 김태희의 신부 모습에는 많은 사람들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김태희가 입은 화이트 미니 드레스는 김태희가 디자인하고 그의 스타일리스트가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 역시 본인이 소장하고 있던 수트를 입은 것으로 알려져 이들의 결혼식의 소박함이 더욱 부각됐다. 이들의 결혼식에는 총 130만 원 상당의 비용이 든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사실상 현재까지 알려진 연예인 결혼식 비용 가운데 단연 최저가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