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적으로 고현정과 제작진 간 불화가 수면 위로 올라왔고, SBS 측이 먼저 고현정에게 하차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고현정의 소속사 아이오케이컴퍼니 측은 8일 새벽 1시께 보낸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고현정 씨는 배우로서 책임감과 작품에 대한 큰 애정을 가지고 촬영에 임해왔습니다. 하지만 제작 과정에서 연출진과 거듭되는 의견 차이가 있었고 이를 최대한 조율해 보려는 노력에도 간극을 좁힐 수 없었습니다”라며 “이에 많은 논의와 고심 끝에 더 이상 촬영을 이어 나가는 게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많은 사람이 함께 만들어 나가는 드라마의 특성상 어떤 한 사람이 문제라면 작품을 위해서라도 그 한 사람이 빠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여 SBS 하차 통보를 받아들입니다”라고 밝혔다.
과연 ‘리턴’의 촬영 현장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며,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쟁점을 체크해봤다.
사진= SBS ‘리턴’ 홈페이지
# 고현정과 제작진은 어떤 불화를 겪었나?
‘리턴’의 현장 관계자는 “고현정과 메인 연출자인 주동민 감독의 관계가 특히 좋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촬영 현장을 이끌어가는 데 있어서 가장 비중과 목소리가 큰 두 사람의 관계가 틀어지니 이를 현장에서 중재할 만한 적임자도 없었던 셈이다.
일각에서는 출연 분량과 캐릭터 구축에 대해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봉태규, 신성록 등 극 중 악역을 맡은 이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응이 높고 분량이 높아지자 고현정이 주연 배우로서 드라마 흐름에 대한 의견을 강하게 제시한 것이 아니냐는 궁금증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출연을 결정하기 전 이미 8부까지 대본을 봤던 터라 고현정이 자신의 출연 분량과 캐릭터에 대해서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는 반론도 있다.
팽팽한 평행선을 그리던 결국 두 사람은 결국 촬영 현장에서 큰 다툼을 벌였다. 고성이 오가고 고현정이 욕설을 하는 것을 들었다는 목격자가 적지 않다. 신체 접촉이 있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이에 대한 말을 아끼고 있어 보다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폭행’이라 언급하기는 쉽지 않지만, 서로 감정이 격해진 상황 속에서 밀치는 정도의 신체 접촉은 있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 관계자는 “메인 연출자와 주인공의 사이가 좋지 않으니 촬영 현장 분위기 역시 차가웠다”며 “욕설이 오간 현장에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 결국 고현정이 하차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고현정의 납득할 만한 불만 제기가 있었다?
고현정은 촬영 현장에서 ‘미스 쓴소리’라 불리기도 한다. 워낙 입바른 소리를 잘하기 때문이다. MBC ‘선덕여왕’을 촬영할 때는 용인 드라마 세트장을 매주 청소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당시 신종플루가 유행할 때가 위생에 각별하게 신경을 써야 했고, 고현정이 나서서 문제를 제기해 좋은 환경이 마련됐다. 당시 많은 동료들이 “고현정은 차마 배우들이 하지 못하는 건의 사항을 잘 얘기해주는 사람”이라고 말하곤 했다.
또한 고현정은 척박한 제작 환경에 대한 문제도 계속 거론해왔다. 거의 잠을 잘 수 없는 환경과 쪽대본, 긴 대기 시간 등에 대해 제작진을 향해 일침을 가하곤 했다.
‘리턴’의 현장 역시 만만치 않게 바쁘게 진행되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 때문에 고현정이 이런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제작진과 마찰을 빚은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 주변 배우들의 반응 속에 답이 있다?
‘리턴’이 높은 인기를 누리는 것과 별개로 출연 배우들은 현장에서 그리 즐겁지는 않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주연 배우와 연출자의 관계가 틀어지니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몇몇 출연 배우의 매니지먼트 관계자들은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꺼냈다. 배우 A의 매니저는 “촬영대기 시간이 길었다”고 말했다. 고현정이 촬영장에 늦게 나타나거나 촬영 도중 가버리는 일이 발생해 준비한 장면을 찍지 못하고 마냥 대기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또 다른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워낙 연기를 출중하게 잘하고 카리스마가 있어서 후배 배우들이 고현정의 일거수일투족을 좇으며 공부하는 기회이기도 했다”며 “하지만 연기력과는 별개로 촬영을 임하며 성실하지 못한 모습을 종종 보여준 것에 대해서는 적잖은 이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진 출처 = SBS ‘리턴’ 홈페이지
고현정의 ‘리턴’ 하차와 더불어 그의 과거 행적도 주목받고 있다. 제작진과 불화를 겪어서 기사화된 것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현정에게 연기대상을 안긴 SBS ‘대물’ 때는 원래 메가폰을 잡았던 오종록 PD가 하차하고 김철규 PD로 교체됐다. 이듬해에는 ‘고현정 프로젝트’라 불렸던 영화 ‘미쓰고’ 촬영 과정에서 감독이 바뀌기도 했다. 2012년에는 예능가에서 잡음이 흘러나왔다. 고현정이 처음으로 메인 진행을 맡았던 SBS ‘고쇼’의 연출자가 서혜진 PD에서 민의식 PD로 교체됐다.
고현정은 작품에 임하며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는 대표적인 배우다. 게다가 시청률과 반응 등 결과도 좋은 편이다. 탄탄한 연기력과 존재감으로 보답하는 셈이다. 하지만 매번 이 같은 잡음이 흘러나오는 것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고현정과 함께 작업을 했던 한 제작진은 “고현정의 연기력과 촉, 자신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래서 그의 강단 있는 성격을 알면서도 기꺼이 섭외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워낙 강하기 때문에 역시 강한 성품의 연출자와 만나면 불꽃이 튀곤 한다”면서 “다만 이번에는 방송사가 담당 PD를 교체하지 않고 고현정의 하차를 통보했다는 점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고 말했다.
# 고현정의 빈자리, 누가 메우나?
SBS는 이미 고현정에게 하차를 통보했고, 고현정은 이를 받아들였다. 지금도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에 갈등이 봉합되고 고현정이 다시 촬영 현장에 나올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관심사는 ‘누가 고현정의 공백을 메우나’로 흐르고 있다.
현재 배우 박진희가 출연 제안을 받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직 출연 계약이 성사된 것은 아니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 맞물려 있고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작품이기 때문에 섣불리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
박진희의 소속사 관계자 측은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합류 제안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박진희는 지난 1월 임신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리턴’이 살인사건을 다루는 등 ‘막장’ 요소를 갖추고 있어 그가 투입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응도 만만치 않다.
# 고현정을 지지하는 여론, 왜 그럴까?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눈에 띄는 현상이 있다. 사건의 당사자인 고현정과 SBS는 같은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주변을 취재한 언론은 고현정의 폭행설을 비롯해 숱한 지각 등 성실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함께 연기한 배우들 측에서도 고현정과 함께 일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말을 조심스럽게 꺼내는 분위기다. 과거 그가 배우들의 권익 확보를 위해 목소리를 내 동료들의 지지를 받던 때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하지만 여론만큼은 고현정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절대적으로 크다. 고현정이 방송사 갑질의 희생양이 됐고, 언론 역시 그에 대한 불리한 기사를 쏟아내며 고현정 죽이기에 동조하고 있다는 식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그만큼 대중이 언론과 방송 권력 등에 대한 불신이 깊다는 의미로 읽힌다”며 “편향된 여론 형성은 위험하다는 것을 알리는 차원에서도 양측 모두 정확한 물증을 제시해 명명백백하게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