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8일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정부는 현재의 정책기조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 정부가 제시한 통계와 주장이 정말 맞는 것인가?
우선 취업자는 지난 7월 1년 전에 비해 5000명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1월 취업자가 33만 명 증가한 것에 비하면 미미하다. 상용근로자도 지난해와 비교하면 증가 폭이 12만 8000명이나 줄었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가 1년 전보다 7만 2000명 증가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10만 2000명이나 줄었다. 고용률은 문 대통령의 주장과는 달리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7월 고용률은 67.0%로 1년 전에 비해 0.2%포인트 낮다. 이렇게 볼 때 지난 1년간 고용의 양과 질이 전체적으로 개선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빠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더욱이 빈부격차가 10년 만에 최악의 상황이다. 지난 2분기 상위 20% 가계소득은 10.3% 증가한 반면 하위 20% 가계소득은 7.6% 감소했다. 고용과 분배를 개선하겠다는 소득주도성장의 목표가 거꾸로 후퇴했다. 정부가 통계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한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현재의 고통을 이겨내면 정부정책은 경제를 살릴 것인가? 장 실장은 50여 년간 지속한 경제구조를 바꾸고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데 고통이 따르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다며 다행히 희망의 싹이 조금씩 자라고 있다고 밝혔다.
기다리면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본연의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뜻이다.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 수준인 2.9%를 달성할 것이며 수출은 연속 5개월 500억 달러를 넘는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과연 그럴까? 세계경제 성장률은 지난해 3.7%에서 올해 3.9%로 상승하는 추세다. 이에 반해 우리경제 성장률은 지난해 3.1%에서 올해 2.9%로 감소할 전망이다. 수출도 월 500억 달러를 넘기고 있으나 반도체 수출을 빼면 지난 2월부터 하락세다. 한국경제의 역주행이다. 정부가 예산을 투입하여 인위적으로 고용과 소득을 늘리는 정책이 거꾸로 경제구조를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8월 26일 정부는 통계청장을 전격 경질했다.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긍정적 효과를 통계적으로 입증하는데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 경질 이유라는 의문이 크다. 특히 신임 통계청장은 지난 5월 가계소득동향조사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새로운 조사방식을 청와대에 제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 맞춤형 통계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통계의 올바른 생산과 이용은 정부정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요소다. 더구나 통계를 자의적으로 왜곡하고 변조나 조작을 한다면 이것은 나라발전의 눈을 멀게 하는 범죄행위다. 국민의 신뢰는 정부정책의 생명이다. 소득주도성장에 관한 편파적 주장과 의문의 통계청장 경질에 대해 정부는 해명과 함께 시정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 전 고려대 총장
※본 칼럼은 일요신문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