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의점에서 PC방으로 업종을 전환한 사례(위)와 점포 이전으로 성공한 삼겹살 전문점. | ||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베테랑 창업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때 창업자의 성패를 결정짓는 것은 실수에 집착하지 않고 얼마나 빨리 해결방법을 찾아내느냐에 달려 있다. 전문가들은 소위 파리가 날릴 정도로 장사가 안 되는 가게라면 매출부진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한 후 리모델링이나 업종변경을 통해 다시 오픈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중식전문 프랜차이즈 제이원의 조재복 대표는 “올해 들어 창업을 문의하는 전화가 눈에 띄게 줄었지만 업종전환을 상담하는 창업자들은 오히려 늘고 있다”며 “대부분 고깃집이나 치킨집을 운영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도봉구 쌍문동에서 중식당 왕짜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진향 씨(여·33)도 얼마 전까지 다른 지역에서 돼지고기 전문점을 운영했었다. 광우병 논란으로 돼지고기를 찾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장사는 잘 됐다고 한다. 문제는 몸은 바쁜데 결과는 신통치 않다는 것. 고기값이 오르면서 마진율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힘들게 일했는데 수익은 예전보다 감소하니 의욕이 사라지더군요. 고민 끝에 업종 변경을 결정했죠.” 고깃집을 정리하고 배달 없는 중식당으로 바꾼 뒤 운영 만족도는 훨씬 높아졌다고 한다. 주방에서 테이블까지의 과정이 고기에 비해 간단하고 회전율이 높아졌으며 음식이 나간 뒤에는 추가로 할 일이 없어 편의성도 높아졌다. 매출은 일평균 100만 원 정도로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마진율이 30~40% 정도 높아진 것. 술을 취급하지 않아 폐점시간이 앞당겨진 것도 만족스럽다고 한다.
업종전환이 동종업종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경기도 안산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던 김희철 씨(가명·35)는 1년 전 편의점 사업을 접고 PC방으로 업종을 전환했다. 수천 가지 상품을 취급하는 편의점의 특성상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고 인건비, 임대료, 본사 납입 수수료 등 비용 부담이 갈수록 커지면서 수익도 나빠졌기 때문이다. PC방으로 업종을 전환한 후 만족도는 높다고 한다. 같은 24시간 영업이지만 편의점에 비해 아르바이트생 관리가 수월해졌고 100만 원을 조금 넘었던 월 순수익도 500만~600만 원으로 늘어났다. 수익이 늘어나니 밤을 새는 일도 힘들지 않다고 한다.
▲ 판매 방식 변경으로 성공한 이남용 씨 가족. | ||
PC방 창업 컨설팅업체 서비스코어의 임수덕 대표는 “최근 PC방 창업을 문의하는 사람들의 85% 정도가 다른 사업을 하다가 업종을 전환하려는 사람들”이라며 “PC방 창업이 수월하긴 하지만 관리체계를 제대로 잡아놓지 않으면 쉽게 힘들어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신규 창업이 줄고 업종전환창업자들이 늘어나면서 프랜차이즈 본사에서도 업종 전환 창업자 잡기에 나섰다. 원할머니보쌈을 운영하는 외식 프랜차이즈기업 원앤원㈜에서는 새롭게 선보이는 부대찌개 해물떡찜 철판구이 전문점 박가부대 창업에 업종 전환 창업자를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불냉면전문점 동편면가 역시 리모델링시 최저 1000만 원 정도에 업종전환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박성규 장충동왕족발 이사는 “기존 브랜드의 경우 해당 상권에 이미 가맹점이 운영되고 있어 업종 전환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며 “해당 지역에 운영 중인 가맹점이 있는지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업종전환이 어렵다면 점포이전도 방법이다. 목 좋은 점포는 눈에 잘 띄고 고객들의 접근성도 좋아 임대료와 권리금 등 점포비용이 비쌀 수밖에 없다. 매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비싼 점포비용이 부담스러운 것은 당연한 일. 따라서 발품을 팔아 경쟁력 있는 B급 입지로 점포를 옮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삼겹살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홍기선 씨는 전문가들조차 꺼려하는 2층 점포를 택해 월평균 매출 5000만 원이라는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는 맛과 서비스에 최선을 다하면 2층이라는 핸디캡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 2층 점포를 결정했다고 한다. 홍 씨는 “2층 점포를 찾는 손님은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이라며 “그런 사람들이 다시 찾아오게끔 친절한 서비스가 뒷받침돼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판매방식을 바꾸는 방법도 있다.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에서 배달 전문 피자가게를 6년 간 운영해오던 이남용 씨(59)는 배달 직원 인건비와 오토바이 사고 등 비용 부담이 늘고 채용과 관리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판매방식 전환을 결정했다. 배달이 아닌 홀과 포장판매에 주력하는 피자집으로 방향을 바꾼 것. 가족을 투입해 인건비를 줄이고 효율적인 운영 시스템도 갖췄다. 판매방식전환 후 월평균 매출은 3000만 원으로 껑충 뛰었고 마진율도 50% 정도로 높아졌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창업도 마라톤 처럼 장기전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어느 상권이든 하루아침에 성공을 거둔 자영업자는 없다. 매출이 하락할때 오너가 먼저 낙담하면 아무리 가능성이 있는 점포라 해도 성공은 남의 얘기가 될 수밖에 없다. 어려울수록 마음의 여유를 갖고 이겨낼 방법을 모색 해보자. 어느 순간 위기를 벗어나 한층 성숙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