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개인연금 지원으로 기초연금 보완 목소리…베이비 붐 세대 은퇴 앞두고 정년 연장 논의 활발
1900년대 들어 중국은 크게 세 차례 ‘베이비 붐’을 겪었다. 1950~1958년, 1962~1975년, 1981~1987년이다. 그중 가장 많은 아이가 태어난 시기는 1962년부터 시작된 2차 베이비 붐이다. 이 기간 연평균 출산 인구는 2583만 명이다. 1차 506만 명, 3차 377만 명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1962년생들은 2022년인 올해 정년을 맞는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960년대에 태어난 인구는 총 2억 3900만 명가량이다. 내년에 정년인 1963년생은 2975만 명이다. 이는 중국 역사상 한 해 가장 많은 출산이다. 내년엔 은퇴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들은 이제부터 은퇴 세대의 ‘주력 부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경제 도시를 살펴보면 베이징 300만 명, 광둥성 700만 명, 저장성 915만 명의 퇴직자가 발생했다. 생계가 막막한 이들의 노후를 어떻게 보장해줄지가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이미 22개 성은 ‘퇴직자 기본연금 조정’을 발표하며 퇴직자 연금을 인상하기로 했다. 당국에서도 ‘은퇴 러시’를 맞아 연금을 세밀히 손볼 예정이다.
푸단대 인구개발정책연구센터장인 펑시저는 “앞으로 매년 2000만 명이 은퇴할 것이다. 반면 중국의 신규 노동력 공급은 대략 1700만~1800만 명으로 추산된다. 매년 최대 300만 명 이상의 노동력이 줄어드는 셈”이라면서 “이는 연금에 대한 압력을 높일 것이다. 신규 취업자가 내야 할 연금도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중국은 크게 3가지 연금 체계를 갖고 있다. 기초연금, 직장연금, 개인연금이다. 기초연금은 전체 인구의 90%가량이 가입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기초연금으로 받는 돈은 노후를 지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우한대 공공경제사회보장학과의 왕쩡원 교수는 “말 그대로 기초적인 생활을 보장하는 금액이다. 더 높은 보장과 서비스를 필요로 한다면, 직장연금과 개인연금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직장연금은 노동자가 다니는 회사를 통해 가입하는 방식이다. 2020년 베이징의 한 대기업에서 퇴직한 톈훙은 기초연금 외에 매달 5300위안(105만 원)의 직장연금을 받는다.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가족들과 한 달 생활하기엔 부족하지 않다. 그는 “은퇴하더라도 생활수준이 급격히 떨어지진 않았다”고 웃었다.
하지만 텐훙은 운이 좋은 편이다. 텐훙처럼 직장연금을 받는 퇴직자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직장연금에 가입된 회사는 11만 7500개, 참여 직원은 2875만 명이다. 규모는 2조 6400위안(397조 원)가량이다. 지난해 말 전체 취업자 수는 7억 4600만 명이다. 이는 취업 인구 중 3.85%만이 직장연금의 혜택을 받는다는 뜻이다.
펑시저는 “최근 직장연금이 (기초연금을 보완할) ‘제2의 기둥’으로 발전한 것은 맞다. 하지만 대상 인구가 제한적이다. 이는 무엇보다 직장 또는 기관의 경제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가 차원에서 직장연금에 대한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개인연금 가입을 더욱 독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뒤를 잇는다.
이미 당국은 2020년 14차 5개년 계획에서 ‘다단계 보험 시스템을 개발하고 기업 연금 적용률을 높이며 제3의 기둥 연금 보험(개인연금) 발전을 표준화한다’고 명시했다. 지난해와 올해 국무원 정부 업무보고 때도 개인연금 발전을 제안했다. 올 4월엔 ‘개인연금 발전 촉진에 관한 의견’을 공식 발표했다.
중국정법대학 자본금융학과 교수인 후지예는 “개인연금은 기초연금의 대체가 아니라 더 많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보충’의 개념”이라면서 “기초연금과 직장연금은 개인이 선택할 권리가 없다. 하지만 제3의 기둥은 개인에게 선택권이 있다. 저소득층과 유연한 취업자의 노후 보장을 위해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퇴직자가 급증할 것으로 점쳐지자 근본적으로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중국의 60세 이상 인구는 2억 6400만 명이다. 고령화가 심해지면 경제 발전에 악영향을 미치고, 젊은이들의 부양 압력은 더욱 높아진다. 동시에 노인들의 삶도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젊은층은 정년 연장에 거부감을 나타낼 수 있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고령화 대책을 다룰 때 가장 선호하는 전략은 은퇴를 늦추는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도 젊은이들의 부담을 줄여준다. 현재 노동자들이 연금으로 지출하는 비용은 17년 연속 상승하고 있다. 연금 비용은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정년을 늦추면 연금의 재정적 부문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재계 역시 정년 연장에 크게 반대할 이유가 없다. 지금의 퇴직 정책으로는 기성세대가 직장을 떠난 자리를 젊은층이 채우리라는 보장이 없다. 젊은층이 기피하는 일부 업종에선 오히려 일손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학업 등의 이유로 취업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예전과 같은 정년 잣대를 들이대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는 별개로 중국 당국은 퇴직자들에 대한 재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노인들이 휴대전화를 더 능숙하게 다룰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퇴직자들이 쏟아지고, 노인들이 늘어남에 따라 이들에게 필요한 행정적 절차를 보다 간편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공업정보화부는 지난 4월 노인들이 휴대전화 기술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각종 방법을 발표했다. 뉴스 정보, 쇼핑, 금융서비스, 여행, 건강 등 노인들의 관심이 많은 분야의 애플리케이션(앱)은 ‘어르신 모드’를 적용했다. 이 경우 글꼴과 버튼이 커지고, 색상이 강해지며 앱을 이용하는 절차가 간소화된다. 또한 음성 검색, 원클릭 구매 등의 기능을 선보여 앱 사용 문턱을 낮췄다.
최근 우한시가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모바일 교육은 전국에서 화제를 모았다. 이 교육에선 휴대전화를 이용해 사회보험 연차심사를 받거나 병원 예약 접수를 하는 방법 등을 소개했다. 교육에 참여한 한 노인은 “안내받은 대로 사회보험 심사를 했다. 휴대전화에서 인증 통과라는 글자를 보는 순간 너무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후베이대학 노인교육협회 학술고문인 장즈민은 ‘디지털 격차’를 줄이는 게 고령화 시대의 필수라고 했다. 그는 “노인들의 모바일 앱 적응 단계를 높여야 한다. 또한 노인들의 인터넷 수요에 대해서도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면서 “노년층이 ‘디지털 웰빙’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인터넷 발전 현황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중국 인터넷 사용자는 10억 5100만 명인데, 이 중 ‘60세 이상’은 11.3%로 나타났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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