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전 장관 개인적으로는 이런 생각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여론은 그의 행동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선거에서 이기는 것과 죄가 있고 없음은 사안의 성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거를 사법부의 판단에 ‘저항’하는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선거란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민주주의는 제도에 대한 신뢰를 기본으로 한다. 사법부도 당연히 국가 제도의 일부다. 그런데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리는 선거를 사법부 무력화의 수단으로 사용하며 ‘독재 타도’ 운운하면, 민주주의를 망치며 독재 타도를 외치는 꼴이 된다. 치명적인 논리적 모순이 발생한다. 이런 점 때문이라도 여론의 지지를 받기는 힘들다.
조 전 장관 신당 창당은, 이렇듯 모순투성이의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신당 창당이나 출마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에 속하기 때문에 막을 수는 없다. 조 전 장관이 신당을 창당할 경우 ‘비례 전문 정당’이 될 확률이 높다. 조 전 장관은 적지 않은 규모의 팬덤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은 흩어져 살고 있어 특정 지역에 후보를 낼 경우, 표가 집중될 수 없어 당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비례대표의 경우 흩어져 살고 있는 팬덤이 정당 투표에서 집중적으로 조국 신당에 투표할 수 있어 비례 의원을 배출하기는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상황이 이렇다면, 조국 전 장관은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에 참여하는 것을 가장 먼저 생각했을 것이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에 참여할 수만 있다면, 선거 비용에 대한 걱정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문제는, 과연 민주당이 조국 신당의 합류를 허락할 것인가 하는 부분인데, 민주당은 이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이 “제 길을 가겠다”라고 말한 이유도 이런 민주당의 입장 때문이다.
민주당이 이렇듯 조국 신당의 위성정당 합류를 거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째, 조국 신당의 위성정당 합류를 허용하면 선거판은 다시금 ‘조국의 늪’에 빠져, 정권 심판론으로 선거를 이끌려는 민주당의 전략에 차질이 발생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둘째론 조국 전 장관이 민주당 위성정당에 합류해 배지라도 달게 되면, 이재명 대표 체제의 민주당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즉, 배지를 단 조국 전 장관이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과 손을 잡으면, 이들이 비명·친문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어 이 대표 체제를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민주당은 조국 신당과의 연계를 단호히 거부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독자적으로 선거에 임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경우에도 조 전 장관이 배지를 달 확률은 있어 보인다. 제21대 총선에서 ‘조국 수호’를 기치로 내걸었던 열린민주당이 5.4%의 득표율을 기록해 의원 3명을 배출한 것을 보면, 이번 선거에서도 조 전 장관이 비례대표 리스트에서 1번을 차지할 경우 국회 입성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1대 총선의 열린민주당만큼은 득표하기 어려울 것이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여론의 주목도가 과거만 못하고, 2심까지 유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신당을 창당하는 불가피성을 이해한다”라고는 말했지만, 그렇다고 당선이 최고의 목적일 수밖에 없는 총선 시즌에 친문들이 문 전 대통령의 이런 언급을 추종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한마디로, 조 전 장관을 도울 정치인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민주당이 조 전 장관과 아무리 거리를 두려 한들, 국민은 조 전 장관을 보면 민주당을 떠올릴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조국 신당 존재 자체만으로도 선거판을 흔들 수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래저래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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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